데이터로 본 예술 (2) - 작품 가격의 비밀: 시각적 특징 vs. 사회적 신호

2026-03-19

미술관에서의 대화 - 그림의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가?#

세현: 와, 여기 미술관 그림들은 정말 멋져! 이런 곳에 전시되는 그림은 값도 엄청 비싸겠지? 

나연: 맞아, 전문가들의 추정에 따르면 비싼 그림들은 가격이 수백억 원에 이른다고 해. 그런데 그림 한 점이 어떻게 이렇게 비싸질 수 있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 

세현: 음… 글쎄, 뭔가 독창적인 그림 기법이나 섬세한 붓 터치, 색상의 조화 같은 것들이 아름답게 표현되어서 그런 게 아닐까? 

나연: 그것도 분명 한가지 요소겠지? 그런데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현대 미술 작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데에는 작품의 시각적인 특징보다 ‘사회적 신호’가 기대 이상으로 엄청난 역할을 한다고 해. 

세현: 사회적 신호? 그게 뭐야? 혹시 작가가 인스타그램에서 얼마나 좋아요를 받았는지도 포함되는 거야?

나연: 뭐, 그것도 한가지 신호가 될 수 있겠네! 사회적 신호란 작가와 미술 시장에서 발생하는 작품 이외의 정보 중에 예술 작품의 가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신호들을 의미해. 작품 자체 시각적인 특징보다는 예술가나 작품이 판매되는 시장의 명성, 전시 이력, 수상 경력, 전문가들의 평가 등의 요소들이 포함되지!

세현: 흥미롭다! 그러니까 작품 자체의 아름다움보다는 예술가의 유명세나 활동이 작품 가격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구나? 그렇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명작들은 분명히 그림 자체도 아름답고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감동이 있는걸? 시각적인 요소가 가격에 별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진 않네. 

나연: 맞아! 분명히 뛰어난 작품들이 갖는 시각적 아름다움도 분명 있지. 그렇지만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스타일을 구축한 전문적인 작가들의 작품들의 경우 단순히 시각적인 특징만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어렵고 모호한 일이기도 해. 그들은 이미 각 방면으로 어느정도 멋진 작품들이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의 가격이 수천만 원에서 수십억 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작품 자체의 특징 말고도 가격을 결정하는 숨겨진 요인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세현: 그러게. 생각해보면 요즘 현대 미술 작품들은 너무 다양하고 작가들마다 개성도 뚜렷하다 보니 어떤 작품이 더 좋은 그림이라고 말하는 것도 어려운 것 같아.

나연: 그렇지. 특히 평가가 어려운 현대 미술 시장으로 올수록 사회적 신호가 작품 가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해. 최근 과학자들이 현대 미술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살펴봤어. 

시각적 특징 vs. 사회적 신호#

1958년, ‘살바토르 문디’라는 예수의 초상화가 미국 소더비 경매에 소개되었다. 당시 이 작품은 다 빈치의 제자 중 한 명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었고, 오랜 시간 이곳저곳을 떠돌았던 터라 그림의 보존 상태도 좋지 않았다. 이 작품은 단돈 60달러 정도에 거래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이 작품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정밀 감정 결과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직접 그린 몇 점 안 되는 진품 회화임이 밝혀졌다. 이후 이 그림은 복원 과정을 거쳐 2017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 5,000만 달러에 낙찰되었고, 당시 가장 비싸게 판매된 그림으로 기록되었다. 고작 60달러였던 작품이 무려 750만 배 높은 가격에 판매된 것이다. 이처럼 동일한 작품의 가치가 작가의 진위 여부에 따라 후대에 폭발적으로 높아지거나, 반대로 유명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져 가치가 하락한 사례는 미술사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살바토르 문디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엇이 그림의 가격을 결정하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작품은 오랜 시간 변함없이 미술관의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데도, 사람들이 그 작품에 부여하는 가치는 왜 달라질까? 그림의 가치는 정말 작가의 명성만으로 결정되는 것일까? 작품 속 표현 기법, 구도, 색상 같은 “작품 자체의 특징”은 그림의 가치와 정말 무관한 것일까? 

빅데이터를 통해 본 그림 가격의 비밀#

2024년 6월 발표된 논문[1]에서 이강산 교수(뉴욕 대학교 아부다비), 박재혁 교수(KDI 국제정책대학원), Sam Goree 교수(Stonehill College, 미국)와 동료들은 오늘날 미술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탐구한 연구를 소개했다. 그들은 23개국 590명의 현재 활동 중인 작가들의 1996년부터 2012년까지 17년에 걸친 3만 4천여 점의 작품 경매 기록을 수집했다. 연구진은 경매 가격을 예측하기 위한 두 가지 기계 학습 모델을 개발했는데, 하나는 작품의 시각적 특징만을 고려하여 가격을 예측하는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작품 및 작가의 사회경제적 특징만을 활용한 모델이다. 두 모델 중 어떤 모델이 작품 가격을 잘 예측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작품의 경제적 가치를 결정하는데 더 중요한 기여를 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고자 한 것이다. 

그림의 시각적 특성을 바탕으로 한 첫번째 가격 예측 모델에서는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분야에서 이미지의 시각 특성을 특징짓는 여러가지 지표들을 입력값으로 가격을 예측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이미지의 시각적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정량적 지표들을 활용하였다. 그들은 작품마다 (1) 그림의 색상 정보를 담고있는 색상 히스토그램, (2) 이미지의 전반적인 방향과 구도 정보를 담고 있는 GIST 특징 벡터, (3) 이미지 속 물체의 모양과 가장자리 특징을 나타내는 HOG 특징 벡터, (4) 대상 정보를 담고있는 이미지 분류 인공 신경망 모델(CNN)의 특성값 등 시각적 정보들을 종합적으로 데이터 셋에 포함된 이미지들의 시각 특징을 수치화하였다 (그림1). 그러나 다양한 시각적 요소를 동원하여 그림 가격 예측을 시도한 결과 매우 낮은 성능을 보였다. 전체 가격의 변동을 5.5% 밖에 설명하지 못한 것이다. 여기서 5.5%란 분산 설명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데이터의 변동성을 설명하거나 예측한 정도를 의미한다. 모델이 낮은 분산 설명력을 지닌다는 것은 모델이 데이터를 거의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현대 미술 작품에서 작품의 가치와 관련된 보편적인 시각적 특징이라는 것이 발견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kslee 그림1. (출처: Lee, K., Park, J., Goree, S. et al. Sci Rep 14, 11615 (2024). https://doi.org/10.1038/s41598-024-60957-z)

한편, 작품의 시각적인 정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작가의 사회경제적 지표만을 사용하여 가격을 예측한 결과는 어떨까? 연구자들은 경매 기록 데이터로부터 작가의 나이, 성별, 전시 횟수, 수상경력, 이전 작품들의 가격 등의 30가지 작가 수준의 특징과 작품이 판매되는 시장의 규모, 경매가 이루어진 경매 회사의 명성 등의 8가지 시장 수준의 특징을 추출했다. 성능을 비교하기 위한 기준으로 연구진은 경매 회사의 미술 전문가들이 제시한 예상 가격을 함께 비교하였다. 경매 회사의 전문가들은 작품과 작가, 수집가 등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예상치를 설정하고, 실제로 이 예측 자체가 작품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높은 예측력을 갖는다. 전문가들의 예상치는 실제 판매 가격의 분산을 약 90% 수준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지표만 사용하는 두 번째 예측 모델은 무려 73%의 그림 가격 변동을 설명했다. 이는 작품 정보만 활용한 첫 번째 모델의 5.5% 설명력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 같은 결과는 예술 작품의 가격이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작가의 사회적 지표만으로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점은 전문가의 예측과 작가 및 작품의 사회경제적 지표를 함께 활용할 경우 예측 정확도가 더 올라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두 정보를 함께 쓰면 가격 분산의 92%를 설명할 수 있었다. 이는 경매 회사 전문가들이 예측에 활용하는 정보와 기계학습 모형이 주목하는 사회경제적 특징이 다소 다르다는 뜻이며, 인간 전문가의 판단과 기계학습 모형의 결과를 함께 활용하면 더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림 가격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세 가지 사회적 신호#

여러 사회적 신호들 중 작품 가격 예측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특징들은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진다. 연구진은 크게 세 가지 요소를 제시하였다.

첫째, 작품 가격 예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보는 동일 작가의 이전 작품들의 가격이었다. 이는 새로운 작품의 거래 가격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는데, 작가의 이전 10개 작품의 평균 가격은 다음 작품 가격과 50% 수준의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는 이미 유명한 예술가의 새로운 작품은 높은 가격에 판매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우리의 상식과도 잘 들어맞는다. 이미 이점을 가지고 있는 집단의 이점이 더욱 강화되는 이같은 효과는 사회학에서는 마태효과(Matthew effect)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있기도 하다. 

작품 가격에 영향을 두번째 요소는 바로 작품 판매가 이루어진 경매 회사였다. 동일한 작가의 작품이라도 어떤 장소에서 통해 판매가 이루어졌느냐가 중요하다. 데이터에 따르면 작품이 판매되는 경매 회사의 명성과 등급은 작품 가격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는데, 이는 높은 지위와 영향력을 가진 경매 회사가 예술 작품의 가치 평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매 회사가 가진 명성과 권위는 예술 작품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신호로 작용하고, 높은 가격의 작품이 거래가 이루어지면 경매 회사는 높은 지위를 갖게 되는 자기 강화적 특성이 생긴다. 이러한 현상은 프랑스의 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e Bourdieu)가 제시한 문화 자본이론의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데, 명성있는 경매시장에서의 판매기록은 작가가 문화적 자본을 활용하여 경제적 자본을 얻는 것과 같으며, 이로 인해 작가와 경매회사의 사회적 위치는 함께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요소는 경매가 어떤 지역에서 이루어졌는지이다. 국제 미술 시장에는 다양한 경매 시장이 존재한다. 전통적인 유럽과 미국의 기존 미술 시장과 더불어 최근에는 아시아의 중국과 중동 지역의 미술 시장의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흥미로운 결과는 사회적 지표의 기여도를 바탕으로한 가격 예측 모형의 예측 정확도가 미술 시장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한국, 브라질, 카타르 등의 신흥 미술 시장에서 전문가들의 예측은 비교적 낮은 정확도를 보인 반면, 사회적 신호를 바탕으로 한 기계학습 모형은 기존 시장에 비해 더욱 높은 예측력을 보였다. 이는 상대적으로 작가나 작품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신흥 시장에서 기존 시장에 비해 보다 사회경제적 지표에 의존하여 가격이 결정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시대적 맥락을 고려한  작품 특징의 필요성#

앞서 소개한 작품 가격에 대한 시각적 특징과 사회적 신호 비교 연구는 현대 미술 시장에서 사회적 신호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도 연구 결과를 접하며, 생각 이상으로 시각적 특징의 중요성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그러나 작품 형식적 특성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결론을 내리기엔 아직 확인하지 않은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분석의 대상이 된 작가들이 현재 활동중인 이미 영향력이 있는 현대의 작가들이라는 점, 작품 분석에 사용된 지표들이 가질 수 있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결정적으로, 뛰어난 작품의 창의적 특징이라는 것은 사실 독립적인 작품 하나의 형식적 특성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작품의 표현 방식과 형식은 지금까지의 역사 속 존재했던 기존 예술작품들과 또 동시대의 작품들과의 비교를 통해서만 비로소 평가가 가능해진다. 후기 인상주의의 반 고흐의 강렬한 색상 사용과 그의 독특한 표현 기법은 이전에는 찾아보기 드물었고, 동시대의 다른 작가들과 구별되는 그만의 창의성이 드러났기 때문에 후대에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의 시각적 표현 기법을 오늘날 완전히 동일하게 모방하여 그림을 그린다 한들 고흐의 작품과 동일한 가격과 거래될 수 없음은 너무나 자명하다. 따라서 어떠한 작품의 예술적 표현의 특징들은 다른 작품들과의 비교되어야만 온전히 그 영향력을 측정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고가의 작품 판매 기록을  가지고 있는 작가가 다음 작품을 높게 판매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지만, 이는 또 다시 그의 이전 작품이 왜 비싸게 팔렸는가라는 질문을 낳는다. 마치 경력직 사원만을 채용하는 시장에서 경력이 많은 사람이 취직이 잘 되지만, 어떻게 그가 처음 취직이 될 수 있느냐라는 문제와 유사하다. 유명한 작가들이 유명해진 원인은 무었일까? 단지 우연적으로 결정된 것일까? 아니면 결국 그의 작품이 다른 작품들이 지니지 못한 남다른 특징을 가졌기 때문이었을까? 시대적 맥락을 고려한 작품의 시각적 특징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도입된다면 작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숨은 법칙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관련 문헌#

본 글은 다음 논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1. Lee, K., Park, J., Goree, S. et al. Social signals predict contemporary art prices better than visual features, particularly in emerging markets. Sci Rep 14, 11615 (2024). https://doi.org/10.1038/s41598-024-60957-z